이지민
작가 이지민은 협과 불협, 동질성과 이질성의 이분법적 구조로 설명될 수 없는 공존 관계에 주목한다. 정의할 수 없는 존재들은 서로의 구분을 흐리게 하며 끊임없이 경계를 재설정하고 자신들을 설명한다. 그러나 관객 앞에 나타나는 순간 그 설명은 침묵으로 전환되며 다만 괴기한 존재들만이 그 자체로서 제시된다.
종, 실리콘, 페트리 접시, 가변 크기, 2021
종, 실리콘, 페트리 접시, 가변 크기, 2021
종, 실리콘, 페트리 접시, 가변 크기, 2021
종, 실리콘, 페트리 접시, 가변 크기, 20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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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종>(2021)
세 가지 색의 실리콘은 액체 상태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며 경계를 뒤섞는다. 이 경계 흐리기는 작가조차도 개입할 수 없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과정이다. 인간이 정의하고 조작할 수 없는 지점이 여실히 드러나며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에 대한 관계 재설정이 요구된다.
Sabina, Julia, Юлия, 폴리에스테르에 디지털 프린트, 각
Sabina, Julia, Юлия, 폴리에스테르에 디지털 프린트, 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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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Sabina>(2021), <Julia>(2021), <Юлия>(2021)
동물적이고 신체적인 이미지들은 연근과 생강 등의 뿌리 식물에서 비롯되었다. 동물과 식물이라는 객관적인 경계의 무너짐은 인식론적 혼란을 야기하지만, 이들이 동물도 식물도 아닌 존재인 맨드레이크를 모티프로 한다는 사실은 양립할 수 없었던 존재들 간의 거리감을 좁히도록 돕는다.
Untitled(바나나에 향 꽂기), Untitled(귤에 향 꽂기), 싱글 채널 비디오, 00:08:53, 2020
Untitled(바나나에 향 꽂기), Untitled(귤에 향 꽂기), 싱글 채널 비디오, 00:08:53, 202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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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ntitled(바나나에 향 꽂기), Untitled(귤에 향 꽂기)(2020)
시간의 흐름에 유난히 취약한 바나나와 불붙은 향은 여타 자연적인 생명체들처럼 생성으로부터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. 그러나 영상이라는 매체가 부여한 영속성은 이들을 정의할 수 없게 한다. 시간 속에 갇힌 바나나와 향은 그것을 마주한 개별 관객과 상이한 관계를 끝없이 맺고 끊을 뿐이다.